반 페르시 해트트릭, 맨유의 구세주되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9. 3. 09:52 축구이야기


맨유와 사우스햄튼의 리그 3라운드 경기가 오늘 새벽 펼쳐졌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떠났지만 여전히 우리나라팬들에게는 큰 관심을 받는 팀이고 일본인 카가와의 존재도 관심을 갖게 만드는 팀입니다. 사우스햄튼은 이번 대회 승격팀으로, 애초에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팀이었습니다. 반 페르시가 가세한 맨유의 공격진은 이번 경기를 쉽게 승리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다비드 데 헤아가 아닌 린데가르드 선수를 골키퍼로 세웠다는 것 자체가 이번 경기를 조금 쉽게 봤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오늘 경기로 퍼거슨 감독은 리그 1000경기를 지휘하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만큼 맨유선수들에게는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아닌 부담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입니다. 맨유는 루니가 부상으로 제외가 되었고, 카가와와 반 페르시가 선발 투톱으로 양쪽에 웰백과 발렌시아가 자리했고, 캐릭은 수비형미드필더의 자리에서, 클레버리가 조금 더 전진된 위치에서 자리했습니다. 

작년시즌, 혹은 박지성 선수가 뛰던 시절의 맨유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스콜스를 제외하고 클레버리가 투입되면서 경기가 롱패스보다는 숏패스위주로 굴러갔고, 선발에 포함된 카가와의 존재는 긴 패스를 이용하기보다는 전방에서 주고 빠지는 플레이가 많이 보였습니다. 카가와는 반 페르시의 아래에서 세컨톱을 서게 되었고, 루니의 빈자리를 메꿔야 했습니다. 루니역시도 세밀한 플레이에 능한 선수지만 아래까지 내려와서 롱패스를 자주 시도하는 유형의 선수입니다. 카가와는 그런 플레이보다는 잘게잘게 끊어가는 플레이를 좋아하는 선수죠. 클레버리와 카가와의 선발출전으로 맨유는 전통적인 자신의 스타일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맨유에게는 많이 뛰어보던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상당히 어려움이 느껴졌고, 야심차게 선발출전시킨 클레버리와 카가와가 모두 좋지 못한 플레이를 보였습니다. 클레버리는 전반전과 후반전 한두차례 전진패스를 보여준 것, 카가와는 후반전 날카로운 슛팅말고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지난 주 제가 루니의 부상이 카가와에게는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루니의 부상으로 조금 더 중요한 역할을 갖게된 카가와의 부진은 맨유전체의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템포를 살리지 못하는 백패스로 공격전개에 어려움을 겪었죠. 두 선수는 1:2로 뒤지자 바로 후반전에 나란히 교체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매시즌마다 슬로우스타터였던 맨유의 오늘경기도 역시나 좋지 못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갑작스런 팀컬러의 변경은 선수들에게 맞지않은 옷을 입은 듯 했고, 수비가담이 부족한 웰백의 좌측윙어로의 투입은 에브라에게 위기를 안겨주었습니다. 사우스햄튼은 비디치와 퍼디난드를 넘어 먼 포스트로 크로스를 날렸고, 이 크로스는 제공권이 약한 하파엘과 에브라에게 연결되면서 사우스햄튼의 높이적 우위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두 골이 모두 헤딩으로 나오면서 이 전략은 성공적으로 들어맞았습니다. 

맨유는 답답한 경기를 펼쳤지만 첫 실점이후 발렌시아의 크로스에 이은 반 페르시의 발리슛으로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역전골을 내어주면서 두 명의 교체카드를 한번에 사용했죠. 스콜스와 나니를 투입하면서 맨유특유의 선굵은 축구를 시도했습니다. 나니를 좌측으로 돌리고 웰백을 전방에, 그리고 반 페르시가 조금 처진 위치에서 플레이를 하게 되었죠. 스콜스가 들어오면서 질좋은 패스가 공급되었고, 이는 좋은 기회로 연결되었습니다. 

막판까지 득점을 못했지만 맨유에는 새로운 에이스 반 페르시가 있었습니다. 반 페르시는 자신이 얻어낸 패널티 킥을 어이없이 실축하면서 퍼거슨 감독의 1000번쨰 경기를 망칠뻔 했지만, 86분과 91분에 연속골을 넣으면서 역전승을 이끌었습니다. 맨유 이적후 첫 해트트릭이자, 3경기에서 4골을 넣었습니다. 

오늘 경기내용으로 볼 때 반페르시의 활약은 혼자서 승점 3점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플레이었습니다. 미드필드에서 좋은 지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좋은 골기회를 만드는 모습은 흡사 아스날에서 혼자 팀을 먹여살리던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경기내용이 좋지 않았음에도 승점을 만드는 모습에서 맨유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치차리토나 웰백같은 다른 공격수가 그리 믿음직한 골게터는 아닌 까닭에 반 페르시에 대한 집중은 더 커지기만 합니다. 하지만 반 페르시는 이러한 수비의 집중에도 혼자 세골을 넣으며 퍼거슨의 리그 1000경기를 빛냈습니다. 루니가 돌아올 때까지 반 페르시는 맨유 공격의 에이스로 활약할 모양이고, 루니가 돌아온다면 두 선수의 호흡이 매우 기대가 됩니다. 

얼마전 까지만 하더라도 반 페르시가 맨유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상상도 되지 않았었는데, 반 페르시는 이제 제법 어울리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카가와의 부진과 대비되어 나타나는 반 페르시의 활약에 참 즐거웠던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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